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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영양제, 병원=내집, 통증=단짝...

자칭 최고미녀 2020. 9. 19. 07:22

2020, 사주를 세 번 봤다.

내 사업에 관심을 갖는 물주님(?!)을 올 초 소개받았다. 낑낑대고 끌어온 일에 관심은 물론 찬사를 보내주는 벤틀리 맨에게 고맙기도 했지만 가치관이 달라 시간이 지날수록 내적 갈등이 심했다. 언젠가 크게 부딪힐 것 같아 결국 그만뒀다. 그래도 어떻게든 잘해보려 3개월 정도 애쓰며 답답한 마음 달래러 사주를 몇 번 봤다. 대부분 뭐 생각나지 않지만 아줌마 도사분이 말씀하신건 두고두고 신경쓰였다. 

"에효... 올해 비실비실거리는구만. 주구장창 아플꺼야"

휴... 참... 나... 

 

2020년 시작을 병원 입원 및 수술로 맞이했다. 큰 애 낳고 시작된 말할 수 없는 나만의 비밀, 17년 숙원사업을 해결했다. 오랜 시간 잘 버텨왔으나 탈항까지 진행돼 미룰 수 없었다. 누군가 이 수술을 산고의 고통과 비교하던데 아니다. 절대 아니다. 분명 다르다. 지옥을 잠시 맛본달까. 이틀 진통을 버티고 두 아이를 자연분만한 꽤 버티는 인간이지만 흠... 괴로웠다. 난처한 여러 상황까지... ㅠㅠ 수술 후 좀 나아지나 싶었는데 무리하다 재발해 4월 재수술. 염증 생겨 열나는데 코로나사태까지 겹쳐 걱정+의심+괴로움...힘들었다.  

 

5월, 다리가 퉁퉁 붓고 양쪽 종아리 앞부분이 멍든 것처럼 푸르스름해 혹시 하지정맥류인가 싶어 흉부외과 전문의 찾았다. 정밀검사하니 다행히 다리 혈관이 많이 늘어나 있을 뿐 압박스타킹을 매일 신는 것으로 하지정맥류는 좀 미룰 수 있었다. 

 

그런데도... 가시지 않는 피로감과 나른함... 이거 참 기분나쁜 증상이다. 갱년기가 시작된 듯. 봄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손가락 마디가 붓고 아파서 한참을 쥐락펴락 잼잼 30번은 기본이다. 빈맥 증상은 자주 나타나고 점점 길어진다. 조금만 움직여도 등, 이마, 겨드랑이 땀범벅이다. 갑자기 팔다리 힘이 빠져 바로 쓰러질 것 같다. 종일 나른하고 피곤하다. 

 

종종 응급실을 갈까 고민했었고, 며칠전 중요한 약속 장소에서 갑자기 머리가 하애져 쓰러질 뻔 했다. 수원에서 서울까지 택시를 타고 겨우 집 도착. 다음날 바로 동네 내과에서 미루던 건강검진을 이것저것 모두 했다. 결과는 뭐... 신장, 갑상선, 자궁, 유방 등 작은 물혹들은 악세사리쯤으로 여기며 잘 관리해야 하고 마른 비만이라 운동은 필수, 오래 미뤘던 고지혈증 약도 먹기 시작해야 할 듯. 

 

알러지 심해 계절 바뀔 때 몸이 더 힘들어져 가끔 링거 맞는데 어제 맞고 오니 한층 수월하다. 아이들에게 소리 지를 만큼 기력을 찾았다. 영양제는 끼니로, 병원은 내집처럼, 통증은 친구로... 반백이 낼 모레, 봄날 가니 가을 온다.